박물관 소식
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소록도 할머니와의 기억
- 등록자 :백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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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22-10-17
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소록도 할머니와의 기억* 내 고향은 소록도와 가까운 지역이었고, 어릴 적 소록도에 있는 친지를 만나기 위해 자주 방문했었다. 소록도에는 키가 무척이나 큰 외국 할머니들과 TV에서 보았던 꼬마 자동차 붕붕이가 있었는데, 만화 속에 나오던 그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젊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뒤로는 구형 비틀(Beelte) 이 보인다.(1960년대 후반 사진
성인이 되고 2003년 겨울, 소록도병원에 첫 입사를 하며 동경해 왔던 할머니들을 뵐 수가 있었다. 늘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환자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그분들의 모습이 정겹고 친근했지만 당시 나와는 다른 모습이어서인지 처음에는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 이 글은 우리병원 의료부 송안나님의 이야기이다.
입사 후 갑작스럽게 아토피가 찾아왔다. 몇 달 동안 트러블과 가려움으로 고생 하다가 어느날 함께 근무했던 직원의 도움으로 마가렛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할머니들이 계셨던 M치료실*에는 손때 묻은 의자와 의료용품이 담긴 캐비닛이 있었고, 오래된 약장에는 풍족하지 않았지만, 무엇이든 낫게 해줄 것 같은 약들이 들어 있었다. M치료실은 간호사인 나도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만 같이 포근한 곳이었다. 마가렛 할머니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나에게 몇 가지 약들을 선뜻 내주셨고, 한동안 M 치료실을 오가며 할머니의 간호를 받을 수 있었다. 마가렛 할머니가 하얗고 가녀린 손으로 여기저기 살펴 주시며 매번 ‘송간호사, 안나, 긁지 말아요, 물 많이 마셔요.’ 라고 말씀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의 나는 할머니가 주셨던 모든 것들을 신기해하고 치료용으로 받았던 연고를 맹신하며 무척이나 아껴 썼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한동안 도움을 받은 덕분인지 아토피는 언제 그랬냐는 듯 호전되었다. 이후 환자들을 살피러 병동에 다녀가시는 할머니를 만나면서 당연한 듯 항상 함께 계실 줄만 알고 살가운 인사도 자주 드리지 못했다. 보살핌에 대한 감사 표현조차 제대로 못하고 미뤄왔던 어느 날, 할머니는 소록도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이곳을 떠나셨다. 가끔 주변 직원들에게 할머니의 소식들을 전해 듣는데 그때마다 옛날의 일에 대한 감사함과 죄송함을 느끼게 된다. 내 기억 속에는 어린 시절 보았던, 키 큰 외국 할머니들의 모습과 어른이 되어 잠깐이나마 함께했던 친근한 할머니들의 모습이 겹쳐 공존하고 있다. 문 득문득 꺼내 보는 추억 속 할머니들은 따뜻한 손길로 어린 나와 성인이 된 나 를 동시에 위로하는 듯 여전히 따뜻하다.
* 소록도에서 마리안느와 마가렛 할머니가 머물렀던 공간은 치료를 위한 곳과 생활을 위한 곳이 있었는데 할머니들 이름의 첫글자를 따서 각각 M치료실과 M관사로 불렀다.
몇 년 전 한 다큐를 통해 마가렛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고 무척이나 작아진 어깨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에 소록도에서 보낸 긴 시간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위대하고 고귀하게만 느껴진다. 웃는 모습이 아름다우셨던 할머니. 많은 이에게 베풀었던 시간만큼, 행복과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 할머니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6-1916 SONAMU SOrokdo NAtinal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