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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이야기_버드내 또는 중앙리

  • 등록자 :백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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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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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이야기_버드내 또는 중앙리

국립소록도병원의 중앙운동장 한편을 지키던 버드나무가 올여름 큰바람에 쓰러 졌습니다. 운동장에 버드나무는 흔치 않은 조합입니다.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시냇가나 강가, 호숫가에서 잘 자랍니다. 우물가를 지나던 나그네에게 버드나무 잎을 띄운 물바가지를 건네는 처녀의 이야기에서도 물가를 선호 하는 버드나무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록도 동서방향의 중간에 위치한 중앙리의 예전 명칭은 ‘비드네(버더니)’였다고 합니다. 옛 지명이 구전되다 보니 발음과 표기 사이 차이가 생기게 되었는데, 원래 지명은 ‘버드내’입니다. 냇가에 자라는 버드나무가 마을의 상징이 되어 그렇게 불리는 것입니다. 한자 지명으로는 ‘유천(柳川)’이라고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33년을 근무하고 1987년 퇴직한 윤석선 옹의 기록을 보면 중앙리가 소록도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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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리 바닷가는 전체가 백사장으로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바다에는 항시 많은 어선이 정박하여 있었고 야간에 풍어제를 모실 때는 울긋불긋한 많은 기를 세우고 대낮같이 환하게 불을 피우고 꽹과리, 북 등 풍물을 울리는 등 다채로운 행사로 장관 을 이루었다. 다만, 부락 중심부에 주막이 많아 주부들을 울렸고 원성의 대상이 되어 왔다.”([소록도] 제4호 5쪽 발췌) 동생리에서 중앙리를 거쳐 신생리로 이어지는 버드내에는 제법 큰 버드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병사와 학교, 교회, 병원사무실 등을 지으며 하나둘 없어지게 되었 습니다. 터를 닦으며 물길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특히 1987년 복개 공사를 하면서 냇물은 땅속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복개 전 버드내 모습/버드내 복개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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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개원기념식/1996 개원기념식/2011년 개원기념식

버드내에서 중앙리가 되는 변화 중에도 운동장의 버드나무는 꿋꿋이 살아남아 예전 버드내 마을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운동장에서는 매년 개원기념일 행사가 치러 졌고, 전국의 정착촌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병원을 방문했던 주요 인사들 은 중앙운동장에 헬기를 내렸습니다. 나무는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병원 이전의 소록 도를 기억하고, 병원이 세워진 후 소록도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익숙한 자리에서 변함없을 때는 지나쳤었는데, 큰바람에 쓰러지고 나니 나무가 보입니다. 버드내를 증명하는 마지막 버드나무입니다. 꺾여버린 큰 줄기를 정리하고 물가로 뻗은 작은 가지를 살렸습니다. 생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소록도 사람들과 버드내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버드나무/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6-1916 SONAMU SOrokdo NAtinal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