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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2

  • 등록자 :백미영
  • 담당부서 :운영지원팀
  • 전화번호 :061-840-0692
  • 등록일 :2022-07-30

 모든 시작은 사랑이였습니다001

마리안느・마가렛 이야기_모든 시작은 사랑이었습니다21) 공급실에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에 병원은 너무나 열악해서 병동에 스크린 은커녕 창문에 커튼도 없이 살았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은 햇빛에 얼굴이 그을릴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박경자 간호과장님과 함께 6병동 커튼을 시간나는 대로 재봉틀질을 해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커튼 천이 필요함을 알렸더니 헬레나 수녀님을 통하여 대구 서문시장에서 천이 많이 지원해주셨고, 공급실 식구들과 박경자 과장님은 시간이 되면 늘 함께 작 업을 하곤 했습니다. 마리안느는 사용했던 거즈 등을 소독하러 하루에 한 번은 공급실에 오셨는데, 이때 커튼 작업하는 모습을 보시고 브라더 미싱을 하나 사주셨습니다. 우리는 ‘들들들들’ 소리 나는 옛날 수동 틀을 사용했는데 마리안느는 그것을 그대로 보아 넘기지 않고 우리가 사용하기 좋은 자동 틀을 사주셔서 구멍포2)도 공급실에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또 팔다리가 없는 환자들 옷 수선도 해주고, 오스트리아에서 보내온 카펫 조각천으로 방석, 가방, M치료실 의자 커버를 만드는 등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흔이 넘자 그분들은 이제 할 일을 마쳤다고 생각해 조용히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이곳 소록도 사람들에게 점점 짐만 될 테니 떠나자고 했을 때가 2005년 겨울, 두 분은 그렇게 조용히 소록도를 떠나셨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기도 어려운 시기에, 43 년 동안 봉사하는 삶을 살아내신 분!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그 길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우리들에게 알려 주신 분!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주는 것만으로도 삶이 행복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주신 분! 나는 할매들과 20년 정도 알고 지내면서 유독 작은 할매, 마가렛으로부터 사랑을

1) 이 글은 우리병원 간호과 허옥희님의 이야기임 2) 수술이나 치료를 할 때 씌우는 천으로 구멍을 뚫어 대상 부위를 노출시키도록 만든 포

모든 시작은 사랑이였습니다002

많이 받았습니다. 조각 천만 생겨도 우리 집 현관 앞에 두고 가셨고, 환자들 모시고 제주 여행을 갈 때면 항상 넉넉히 비상약을 챙겨 주셨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섬인 관계로 밤 중에 열이 나면 M관사로 달려가서 해 열제를 받아오곤 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부인회에서 보내온 물품 중에 작은 겨 울 모자를 챙겨서 주시곤 했는데 그럴 때는 마음까지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마가렛이 챙겨준 모자를 쓴 허옥희님의 둘째딸

섬이다 보니 야간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아무 때나 M관사를 찾아갔습니다. 지네나 뱀에 물렸을 때도 M관사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특히, 물린 즉시 돌을 붙여 독을 빼 내는 검은 돌3)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물린 즉시 돌을 붙여야 효과가 컸기 때문에 시 간과 상관없이 할매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간호기숙사에도 몇 개의 돌을 보관해 서 사감은 그 돌을 사용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사과파이를 자주 만들어주시던 분들이 하루는 M관사로 부르시더니 사과파이를 만드는 과정을 알려 주셨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지넷돌 한 통을 주셔서 ‘왜 나에게 이렇게 많이 주실 까’ 의아했는데 그 무렵 소록 도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 고 계셨음을 늦게야 알았습 니다.

(2016년) 큰할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허옥희님의 첫째딸

3)지넷돌: 지네에 물렸을 때 이 돌을 대고 있으면 해독이 된다고 함.

모든 시작은 사랑이였습니다003

작은 할매는 나와 체구가 비슷해서 오스트리아에서 할머니에게 오는 옷가지들과 부츠를 내게 나눠 주셨습니다. 할머니들이 소록도 오기 전에 인도에서 나병학을 공부 하실 때 입었던 인도 민속의상과 무릎담요, 몽당발 양말, 모자, 지넷돌을 보관하고 있던 나는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자료로 모두 기증했습니다. 두 분을 떠올리면 소록도에서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늘 사랑과 진심으로 채워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루하루는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 해질 바탕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환자들은 두 분에게서 희망을 선물 받았 고, 직원들은 두 분 삶을 통해 용기를 얻고 베푸는 행복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0년 본관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을 때 M치료실이 보존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당시 원장님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M관사가 남아있으니 M치료실 존재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장님의 도움으로 명맥은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우리가 이곳에 살지 않아도 미래 교육의 산실이 될 것을 알기에 M 치료실이 유지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소록도의 밤하늘 별들이 너무 아름다워 하늘만 쳐다보며 걷다가 넘어지셨다는 감성을 가진 소녀 같은 마리안느, 늘 말없이 웃으시면서 새벽에 우유를 드리기 위해 병동을 순회하다 임종을 앞두신 분들 앞에서 그동안 고단한 삶을 살아가느라 애쓰셨 다며 천상행복을 빌어주며 기도하셨던 마가렛. 우리는 이분들을 통해서 사랑이란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두 분이 남기고 가신 사랑의 발자취가 더 뜨겁게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동기와 에너지가 되고, 오늘보다 내일을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동기를 되어 줍니다. 당신들과의 인연, 참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6-1916 SONAMU SOrokdo NAtinal MUseum